올해 초에 CS 분야 석사 학위를 받고, 졸업 후에 계약직 연구원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연구 과제에 참여했다. 아무래도 전문연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바로 회사로 가는 것이 베스트이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지쳐있었다. 3~4월의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번아웃 상태였다.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엄청난 워라밸을 방어하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취업 준비를 했는데, 전문연을 해야 하는 사정을 고려해주신 지도교수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역시 번아웃에는 쉬는 것이 최고다. 충분한 휴식 기간을 거치고 나는 6월 중순부터 두 페이지 가량의 이력서를 쓰고 벡엔드 개발 직무로 구직을 시작했다.
알다시피 전문연 업체는 중소, 중견기업 위주이고, 괜찮은 업체보다는 SI, SM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소위 커리어 망칠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이 많다. 특히, 메인 비즈니스 모델 없이 정부과제 사업만으로 굴러가는 곳은… 굳이 연구실 밖에서 그걸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 CS 분야는 AI 전공이면 구인 공고가 꽤 많아서 좋은 회사를 갈 수 있는 스펙트럼이 비교적 넓어지지만, 그 외의 개발 직무(백엔드, 프론트엔드, AOS/iOS, 시스템 등)는 생각보다 그렇지 못하다. 처우가 열악한 회사들이 득실득실하다. 아무리 대체복무라지만 이상한 회사에 들어가서 커리어를 망치면 1년 6개월 현역으로 입대하느니만 못하다. 게다가 전문연이라고 연봉까지 후려치는 그런 곳이라면… 최악이다.
혹시 AI 외의 개발 직무로 석사 전문연을 하실 계획이 있으신 분이라면 꼭 미리미리 구직 활동을 하시는 게 좋고, 웬만하면 SI, SM 위주의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회사는 본인의 커리어를 감안해서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정말 입대 연기가 불가능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직 활동 끝에 최근 내 기준에 부합하는 한 스타트업에 입사하였으며, 드디어 전문연으로의 편입이 완료되어 9월부터 3년간의 복무를 시작했다. 2024년이라니.. 까마득하긴 하다.

입사 후 업무 적응하느라 자기계발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github 잔디가 싱크홀이 뚫린 것 마냥 비워지는 걸 더 이상 두고봐서는 안될 것 같다. TIL 글이라도 써서 흔적을 남기려고 노력해야지. 블로그에 글도 열심히 남기고.
계약 연봉이 요즘 핫한 IT 회사들에 비해서는 엄청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자유로운 분위기의 스타트업이어서 충분히 괜찮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사 솔루션 기술을 이용해 B2C 기반의 플랫폼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 중이어서 방향성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도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고 내 분야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굉장한 혜택을 받았다고 느낀다.
앞으로 꾸준히 자기계발을 이어나가면서 회사 생활도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내년 이맘때의 내가 이 글을 보면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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